책소개
이번 호 「그래픽」은 암스테르담의 예술학교 헤릿 리트벨트 아카데미 그래픽디자인과 졸업반 학생들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각 컨트리뷰션은 “리트벨트 그래픽디자인과의 교육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름대로 답하죠. 이 열린 질문에 대한 다수의 답변이 오늘날 우리 과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으며 리트벨트의 그래픽 디자인 교육은 강의실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사실은 대체로 강의실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
우리는 이번 호를 만드는 데 있어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아이디어나 시스템, 컨셉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좀 더 안전한 길을 택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는 이미 좋다고 여기는 뭔가를 그저 재생산하는 데 의존할 수도 있었을 테죠. 그러나 ‘잡지’라는 형식이 뭔가 다른 것을 요구했고, 학생들은 용감히도 이 기회를 잡아 스스로 풀어내 보고자 했습니다. 각 컨트리뷰션은 앞서 말한 질문 혹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콘텐츠 수집, 공동 작업, 이미지 생산, 기획, 글쓰기, 녹취, 편집, 토론, 수정, 레이아웃, 조판, 교정이라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완성됐습니다. 연속성을 띤 작업물을 담은 용기이자 고정체인 이 이슈는 ‘질문’과 ‘답변’을 한데 보여 주기도 하지만 서로 분리시켜 묶는 한국 학습 참고서의 특정한 맥락에 따라 제본된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제본은 ‘질문’과 ‘답변’, ‘보완’과 ‘보충’, ‘옳음’과 ‘그름’, ‘안’과 ‘밖’ 사이에 긴장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각자 컨트리뷰션을 통해 그래픽 디자인에 더 자유로이 접근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이번 2개 국어 이슈에 실릴 텍스트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살릴지에 관해 기나긴 토론을 촉발하기도 했고요. 콘텐츠 자체는 그 구성 방식, 디자인, 제작 과정을 통틀어 학생들이 배운 바와 그들의 관심사를 잘 보여 주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저는 작업 그 자체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가르치려고 합니다. 이런 패러다임 안에서 위험성과 책임감이 이번 이슈의 출간을 목표로 상호작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