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여성이 묻고, 여성이 대답한 건축 이야기
여성 건축인 집단 여집합이 2018년 6월 기획한 포럼 ‘빌딩롤모델즈: 여성이 말하는 건축’의 결과물을 엮은 책. 포럼 발표자와 특별 인터뷰에 응한 건축인 등 모두 스물 네 명의 여성 건축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권의 책에 담기에는 많을지 몰라도, 한국 여성 건축인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대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고 이제 겨우 첫 문답을 시작했을 뿐이다. 이 기록을 발판으로, 한국 건축에서 여성 건축인들의 서사가 더 풍성해지고, 성숙해지길 희망한다.
*여집합: 30대 여성 건축인 여섯(김그린, 김자연, 이다미, 이보름, 정유리, 주명현)으로 이루어진 협동체.
책 속에서
“가장 힘든 일은 이제 내가 천천히 가야 될 때라는 걸 받아들이는 거예요. 여태 혼자 너무 열심히 달려왔는데, 지금부터는 내 두 발목을 잡고 있는 아이들과 같이 천천히 가야 된다는 것. 저도 그걸 인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거죠. 이제는 저도 조금 천천히 갈 수도 있다고, ‘그래도 괜찮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이태경
“‘함께하는 것’에는 혼자 하는 것의 어려움과는 또 다른 차원의 지난함, 고단함이 도사리고 있음을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협업을 시도하는 건 그걸 통해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타진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강예린
“어떻게 보면 고전적인 역할 분담이 뒤바뀐 건데, 저는 이런 상황이 아주 즐거워요. 역할을 고정하기보다는 시기와 상황에 맞게 조정-분담하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굉장한 시너지가 있는 것 같고요. 말하고 보니 정말로 통념이 깨지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AI도 그렇고 사회의 노동구조와 남녀 역할론이 점점 바뀌어가고 있는 이 매일매일을 즐기며 일하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일만 하는 것 같지만 실은 고정관념들과 계속 싸우고 있는 거죠.” - 김하나
“젊은 여러분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이만큼 살아보니까 건축이 정말 좋은 직업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좋은 동료를 만나면서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젊은 사람들에게 건축은 진짜 좋은 직업이니까 끝까지 가볼 만하다고 말합니다. 외롭지 않고 연대할 수 있고 좋은 동료들이 있으니까.” – 김용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