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트겐슈타인의 불태우지 못한 일기
「괄호시리즈」는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고전, 이미 소개되었지만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텍스트들을 직접 출간해보겠다는 기획 아래 펴낸 시리즈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전쟁 일기』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1차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 기록한 일기장을 묶은 책으로, 독일에서 출간된 판본에서 삭제되었던 모든 글을 번역해 실은 완역 합본이다. 사소한 파편글도 놓치지 않음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의 내밀한 사유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도록 했다. 비트겐슈타인이 작성한 그대로 ‘사적 일기’와 ‘철학 일기’를 병행 편집했고, 비트겐슈타인의 방대한 저작물을 보관하고 있는 문헌보관소장 알로이스 피힐러의 서문을 수록했다.
저자소개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은 1889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카를 비트겐슈타인과 레오폴디네 카를무스 사이에서 8남매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오스트리아의 철강 산업분야의 대부호였다. 비트겐슈타인은 13세가 될 때까지 가정교사를 통해 교육을 받은 후, 가문의 전통에 따라 기술 분야에서 활동할 계획으로 린츠 실업학교와 베를린 샬로텐부르그의 공과대학에 입학하였다. 1911년 공학도로 수업을 듣다가 강사 리틀우드로부터 러셀의 『수학의 원리』를 소개받는다. 이 계기를 통해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옮겨 러셀 밑에서 철학공부를 시작하였다.
1921년 『논리철학논고』를 펴냈다. 비록 75쪽에 불과했으나, 언어의 본성, 말할 수 있는 것의 한계, 논리학·윤리학·철학, 인과성과 귀납, 자아와 의지, 죽음과 신비, 선과 악 등 광범한 주제를 포괄한 책이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비트겐슈타인은 빈학파와 접함으로써 다시 철학에 흥미를 느끼고 1929년 케임브리지로 돌아왔다. 이후의 연구를 통해「논리철학논고」에 중대한 사상적 실수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반성으로서 「철학탐구」를 펴냈다. 1939년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분석의 대가 G. E. 무어가 맡고 있던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철학교수직을 승계하고 1947년말 마침내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1949년 가을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그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 그는 더 살려는 소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2년 뒤 죽을 때까지 비트겐슈타인은 정열적으로 작업을 계속했다.